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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자물류기업 겨눈 칼끝···해운물류시장 재편 신호탄 될까

IMA 2017-07-14 조회수 3,532

신정부 들어 대기업 물류자회사를 둘러싼 이슈가 다시금 집중 조명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일감몰아주기와 단가 후려치기, 내부거래 등 불공정 갑질을 근절해 대기업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핵심공약을 내걸었다.

국회의원들의 입법 발의도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2자물류기업 규제책과 관련해 2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해운물류업계는 출발선을 막 떠난 2자물류 규제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SDS·삼성전자로지텍 등 일감몰아주기 심각

우리나라 2자물류기업들은 3자물류(3PL)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한 DHL UPS 페덱스 등 글로벌포워더들과 성장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모기업 물량을 바탕으로 성장한 탓에 글로벌포워더와 비교해 물류 경쟁력, 즉 ‘기초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달리 내륙국가에서 유수의 물류기업들을 탄생시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자회사 물량을 바탕으로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은 우리나라 물류업계의 판도를 뒤흔들며 비약적인 성장을 일궜다. 2000년대를 기점으로 해운물류업계의 거래 구조는 변모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2자물류기업은 중소포워더와 대·중·소화주에 일감을 받아 해운사와 거래하는 일종의 게이트(Gate) 형태로 바뀌었다. 공정거래법이 개정·적용되었음에도 재벌기업 물류자회사들은 허점을 이용해 자회사 화물을 바탕으로 3자물류 화주사의 일감을 저가 수주해 화물을 끌어 모았다.

2자물류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로지텍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량에 가까운 92%에 달한다.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71%를, LG상사 품에 안긴 판토스는 71%의 내부거래 비율을 보였다. 같은 해 삼성전자로지텍과 롯데로지스틱스의 그룹 의존도는 92% 89%로 타사를 압도했다. 매출 증가세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003년 5700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5조3400억원으로 무려 27배 늘었다. 삼성SDS와 LG상사 역시 4615억원 6171억원에서 각각 18배 19배 폭증한 8조1000억원 11억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소포워더 처리물량 10% 채안돼

내부거래는 높은 수익성을 담보한다. 취급물량이 꾸준한 덕에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요 대기업 물류회사들의 연 매출액이 조 단위가 넘는 배경이다. 국내 8대 재벌기업 물류주선자회사들의 그룹 의존도는 평균 63%로 계열기업의 일감몰아주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8대 재벌기업 물류자회사들이 처리한 20피트 컨테이너 수출 물동량(TEU)은 641만TEU로 전체 물량의 약 80%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 세력을 확장 중인 글로벌포워더의 처리 물량까지 합치면 9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10%도 채 안 되는 화물을 4000여개의 중소물류기업들이 나눠 갖는 셈이다. 수십 년간 물류 경쟁력을 다져온 중소물류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점쳐지는 대목이다. 물류주선자회사의 처리 물동량 801만TEU 중 계열사 처리물량은 363만TEU, 3자물량은 약 438만TEU로 추정된다.

중소포워더들이 ‘2자물류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수십 년간 다져온 물류 노하우로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포워더가 있는 한편, 2자물류기업에 화물을 맡겨 공생 관계를 이어가는 기업도 있다. 이들이 거래를 이어가는 이유는 높은 물류비로 화주와의 거래가 끊기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다. 대량화물을 쥐고 있는 2자물류기업에 화물을 맡기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명 ‘캡장사(화물 몰아주기)’식 영업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더 활발해진 모양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화물 선적이 어려워지고 해상운임이 오르자 2자물류기업에 화물을 맡긴 중소포워더들은 더욱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중소포워더 관계자는 “캡을 씌우고 싶지 않지만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며 “직접 처리하고 싶어도 몇백달러의 운임 차이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결국 대규모 물량을 앞세운 ‘바게닝 파워’(교섭력)에 쓰러지는 건 국내 해운사다. 바게닝 파워가 세면 갑 약하면 을의 입장에 서게 되는 건 자명한 이치다. 해상운임 하락에 ‘원 펀치’를 맞은 해운사들은 2자물류기업의 운임 협상력에 밀려 ‘투 펀치’를 맞기도 전에 KO 직전에 이르렀다.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은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3자물량을 흡수하며 몸집을 더욱 키웠다. 물류자회사들은 15년 만에 72배 급성장한 반면, 해운사들은 2.3배 성장하는데 그쳤다. 해운업계가 지적한 이들의 문제점은 ‘운임 협상력’이다. 수송물량 비딩시 운임인하 강요와 계약변경 등을 일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2자물류기업에 비협조인 선사는 2~5년간 비딩참여가 제한된다.

대기업 물류 내부거래 50% 제한 추진

해운물류업계가 고통을 호소하자 결국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행보에 브레이크를 거는 법안이 발의됐다.

최근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은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해운물류주선업 금지를 골자로 한 해운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정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의 3자물류를 금지하고 그룹 내 계열사 물량만 처리하게 한다는 점에서 지난 2월 발의된 정유섭 의원안과 궤를 같이 한다.

큰 틀은 같지만 항공을 제외한 해운업(외항운송사업)에만 범위를 한정해 손질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해상과 항공을 모두 포함한 정유섭 의원 개정안과 비교해 법안 통과가 한결 수월할 거란 평가다. 또 정 의원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한 업체엔 해당 내용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도 추가했다. 일괄적으로 금지할 경우 그동안 논의됐던 기업들이 대상이 될 수 있어 정부에 판단할 재량권을 준다는 의미다.

정인화 의원실 관계자는 “이 법안의 통과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존 정유섭 의원의 개정안을 보완해 발의를 진행했다”며 “현재 농해수위 소속 위원들에게 공동발의 요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그룹물량을 50% 이상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도 검토되고 있다. 50% 이상을 취급하지 못하게 해 나머지 절반가량의 물량을 시장에 푼다는 구상이다. 국토부는 법 개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부 측은 “현재까지 대기업 계열 물류기업의 내부거래를 50% 미만으로 줄이는 등의 물류정책기본법 개정을 검토한 바가 없으나, 향후 시장의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3자 물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관계부처와 협의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규제법 놓고 입장차 팽팽···글로벌육성기업 취지 어긋나

물류대기업 자회사를 일벌백계하겠다는 법안이 출발선을 떠났지만 국회 통과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계열사 물량만 처리하게 하면 3자물류발전 저해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 방향과 국토부에서 글로벌물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와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2자물류사 관계자는 “자율시장 경쟁체제 하에서 하루아침에 일정물량만 처리하라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선사들도 운임인상(GRI)으로 담합하는 상황에서 물류대기업 자회사를 국내법으로 과도하게 규제하면 물류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법안이 통과돼도 여러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우선 2자물류기업 제재로 시장에 풀린 물량이 글로벌포워더로 쏠릴 수 있다. 우수한 해외 물류네트워크를 갖추고 국내 시장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는 외국적 포워더의 배만 더욱 불리게 해주는 셈이다. 여전히 한국에 법인을 열고 있는 외국적포워더가 증가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글로벌포워더를 빗겨가 중소포워더에 물량이 돌아가도 오랜 기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당장은 중소기업에 물량을 맡기겠지만 물류비 절감을 이유로 화물을 대형포워더로 돌린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대기업물류 자회사가 쌓아온 물류운영 노하우, 네트워크 등도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된다. 2자물류 규제법이 통과되면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은 화주에게 원스톱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개정안에는 해상운송·통관·보세운송 등 국제물류주선 서비스는 제한하고 보관·운송 등 국내물류 서비스만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자물류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구축했던 물류 노하우를 법으로 인해 무너뜨리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단순히 해운사들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자사의 물량만 처리하라는 행위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행위”라며 일갈했다. 일괄 서비스를 선호하는 화주에게 물류 흐름 단절은 서비스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다고 대기업을 향한 규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해운사와 중소포워더의 어려움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 물량을 앞세운 2자물류기업의 갑질이 지속되는 것은 물론 그들과 경쟁 중인 포워더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2자물류 규제가 숙원과제인 중소포워더들이 우려하는 건 대규모 물량을 앞세운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의 물류 IT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물류와 IT를 결합해 화주들이 원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중소기업들이 더욱 도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해운사 역시 대량 물량을 쥐고 있는 2자물류기업들의 운임인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 해운사들에게 해상운임 안정화는 회사의 존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해운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공정경쟁’ 룰이 조성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현 문제는 심각하지만 답이 보이질 않는다”며 “해운사와 물류기업들이 살 수 있는 규제가 나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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